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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 NEWSLETTER

NEWSLETTER (16'~)

교환학생 에세이 (배지훈)


잊지 못할 추억, 네덜란드 교환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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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 가을학기 카이스트에 첫 입학 후 4년 동안 앞만 보고 내리 달려온 나였지만 학부 생활을 끝맺기 이전에 꼭 교환학생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간다면 항공우주공학과로 유명한 학교, 그리고 이왕이면 한번도 여행해보지 못한 유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지원을 하게 되었고,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항공우주공학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Technology University of Delft (TU Delft)에 미휴학 파견을 허가 받았다.

          학기는 2월 초에 시작하지만 나의 출국일은 1월 15일. 그 이유는 유럽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이다. 약 18일동안 바르셀로나,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브뤼셀, 인터라켄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즐겼다. 가장 처음 느꼈던 것은 유럽의 빵은 한국에 비해 많이 딱딱하고, 유럽인들은 그 빵을 부드럽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아마 20대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럽 여행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돌아다녀서 그런지 턱이 아려와도 이것이 유럽의 참모습이라 생각하며 즐기려 했다. 바르셀로나는 ‘태양을 파는 나라’라는 별명처럼 한겨울에도 햇살이 따스했고, 스위스는 자연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네덜란드 델프트에 도착했다. 이로써 2016년도 봄학기 배지훈의 네덜란드 델프트 정착기가 시작된 것이다.

          델프트는 암스테르담, 헤이그, 그리고 로테르담이 이루는 삼각형의 중심쯤에 있는 작은 학생도시다. 항상 자전거로 붐비고, 도시 시민의 반 이상이 학생으로 이루어진 특수도시인 셈이다. 날씨는 네덜란드 날씨가 항상 그렇지만 일주일에 해가 뜨면 바로 옷벗고 잔디밭으로 일광욕을 하러 나갈 정도로 비가 많이 온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우리나라처럼 큰 온도 차이는 없고 사계절 내내 초가을에서 늦가을 날씨 사이에 있다. 또한 온지 사방이 평지라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막이는 필수다. 델프트를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북쪽은 시내 및 구 시가지, 남서쪽은 주거지구, 그리고 남동쪽은 델프트 대학교다. 대학교는 둥글게 넓은 카이스트와는 달리 세로로 길쭉하고 항공우주공학 건물은 맨 아래쪽에 있어 학교 내에 거주하는게 아니라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러나 푸른 잔디가 많고 건물들도 아름다워 인상 깊은 학교다.

          델프트에서의 수업은 주로 Aula auditorium이라는 곳에서 이루어지는데 카이스트의 창의관쯤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명사 강연, 학교 행사, 락 페스티벌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Airbus의 회장이 와서 강연도 했다).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공학 수업을 듣다 보면 적으면 5명, 많으면 20명 남짓 수업을 듣는데 델프트에서는 한 수업에 최소 100명씩 듣는 것 같다. 카이스트에서는 학생수가 적어 기계과랑 항상 비교당하지만 델프트에서는 항공우주공학이 그 어느 과에도 밀리지 않고, 학생들의 자부심도 덩달아 커진다. 수업도 굉장히 체계적이고 교수가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방식이 아닌 토론적인 면을 매우 강조한다. 또한 시간표도 화, 목 1시라고 미리 정해진 카이스트와는 달리 교수 재량으로 한 학기 시간표를 자신의 시간표에 맞게 짠 뒤 그것을 포탈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기 시작 전에 공지한다. 즉, 어느 주에는 수업이 없을 수도 있고, 어느 주에는 수업이 연달아 3~4번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학생과 교수의 재량을 한껏 넓혀주는 수수 방식인 것 같다. 또한 델프트 항공우주공학과는 기술적, 예산적인 면에서 여느 대학교를 월등히 앞서는 듯 싶다. 항공기 시뮬레이터, 과 학생들을 위한 책 대여소, 10층에 걸쳐 빽빽히 놓여진 연구실들, 그리고 수많은 테스트 시설 등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비록 나는 교환학생이라 비행기를 타보는 실험 같은 것은 못했지만 공짜로 책도 대여받고 많은 혜택을 누렸다.

          수업도 좋고 학교도 좋지만 교환학생의 꽃은 다양한 문화 체험이고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학생의 본분(?)을 살짝 벗어나 중간 중간 유럽의 대부분을 돌아보았다 할 정도로 여행을 다녔다. 서유럽 스페인의 바르셀로나-햇살, 빠에야, 샹그리아 모두 완벽했다-, 프랑스의 파리, 벨기에의 브뤼셀, 리에주, 네덜란드의 마흐스트리트, 헤이그, 로테르담, 암스테르담, 고다, 위트레흐트, 독일의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아헨, 스위스의 인터라켄-융프라우, 뭉크, 아이거 봉우리는 예술이다-, 영국의 런던, 에딘버러. 동유럽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 짤츠부르크, 비엔나, 체코의 프라하-Divine Coffee &Wine에 저녁을 먹으러 꼭 가보아야 한다; 음식의 환상적인 맛, 직원의 친절함, 그리고 배가 터지게 아페르티프 애피타이저 본식1 본식2 와인 맥주 후식 샴페인 그리고 체코 전통주 베케르보카까지 3만원에 해결된다-, 체스키 크롬로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베니스, 피렌체, 그리고 로마. 한자리에 앉아서 생각할 수 있는 웬만한 나라와 도시는 모두 가려고 노력했다. 그렇다. 자랑이다. 비행기도 타고, 기차도 타고, 돈 없을 때는 약 18000원 하는 야간버스 타고 9시간을 간 적도 있다. 모두 하나하나 잊을 수 없는 여행이었고, 많이 보고, 느끼고, 또 대화하였다. 사람들을 만나며 즐거웠던 적도 있고 인종차별로 기분 나빴던 적도 있고 병이 있는 사람을 만나 위로해 준 적도 있었다. 다시 보지 못할 사람들이지만 함께 있는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감정을 교류하려 노력했다.

          이 여행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여행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2016년 1월에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12학번 과대표 박진우와 함께한 스위스 여행이다. 진우가 전년도에 나와 함께 스위스로 스키여행을 가자 했었고, 나는 그에 동의하여 1월에 스위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스위스에서 만나 심카드를 각자 산 뒤 기차를 타고 2시간 가량 인터라켄으로 출발했다. 기차 안에서 심카드의 선불요금을 다 써서 전화로 항의(?)도 해보고 여러가지 헤프닝이 있었다. 그 날 저녁은 스키샵에 가서 용품을 구매했다. 진우는 전문 보드꾼이라 장비가 거의 다 있었지만 나는 옷부터 하나하나 모두 대여해야 했다. 옷은 가장 세련되고 멋있는 걸로. 돈은 중요치 않다. 사진이 잘 나와야 한다. 그렇게 삼일 간 땀나는 스키여행을 하면서 스키를 못타는 나는 스키가 벗겨질 정도로 뒹굴기도 하고 007의 스키추격 장면 찍은 곳을 멀리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현지인들도 만나며 얘기하며 즐겼다. 여담으로 인터라켄의 OX라는 스테이크 집은 혹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인터라켄을 들릴 일이 있다면 꼭 가보길 추천한다. 스키 자체가 여행이었고, 만남이었고, 레저였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여행이다. 그 외에 진우와의 잊지 못하고 말하지 못할 추억들이 많지만 사그라져가는 기억 속에 남겨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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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 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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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이거 뭉크 융프라우 봉우리

 

이렇듯 여러 문화를 즐기고 체험한 나에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탑승하러 가는 것 조차도 평범할 수는 없었다. 네덜란드 스키폴 국제공항에 예정시간보다 5시간 일찍 도착했다. 주머니에는 80유로가 있었고 지인들의 선물을 사고 내 여정의 마지막 식사 장소, 맥도날드로 향했다. 맥도날드로 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맥도날드는 각 나라마다 특별한 버거를 판다. 우리나라는 불고기 버거, 일본은 가츠 (돈까스) 버거, 독일의 다스 넌버거 (소세지버거)처럼 네덜란드에는 마에스트로 버거가 있다. 두꺼운 패티 두장에 적양파, 양상추, 토마토와 피클, 그리고 바삭한 베이컨 세장. 거기에 머스타드 소스 듬뿍. 완벽하다. 한 학기 여정의 끝을 맺기에 너무나도 아름답고 깔끔한 식사다. 나에게 주는 유럽의 마지막 선물이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고, 긴 여행에 지친 고단한 몸을 달래기도 전에 대학원 준비로 바빠지고 졸업학기에 이르러 많은 것들을 해야 하지만 네덜란드 교환학생은 그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인생에서의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 시간으로 내가 다른 사람이 되었고, 사물, 그리고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행복의 기준 또한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교환학생의 기간 동안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부모님께 너무나 감사 드리고 나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은 진우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또한 델프트에서 정착할 수 있게 도와준 현지의 많은 친구들, 그리고 함께 자주 여행 갔던 항공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오영재 형 모두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너무나 행복했고, 시간이 되돌려져 교환을 갈지 안 갈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해도 백 번 천 번 교환학생 가는 쪽을 선택 할 것이다. 아직 교환학생을 못 가본 후배들에게 어떻게든 시간과 돈을 내서 꼭 가라고 전해주고 싶다. 동남아든 유럽이든 미국이든…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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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김용호[kyh1477@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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