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에세이 (표재찬)
카이스트를 입학하고 대학생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서 1년, 새로운 전공과 교수님, 그리고 학과 친구들과 만나고 공부하면서 1년, 어느새 나는 3학년이 되어있었다. 매 학기를 나름 충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었지만, 어느새 학교생활의 반 이상을 지내면서 좋게 말하자면 능숙해진 것이지만,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대학 입학 이전부터 생각했었던 교환학생은 학부 생활의 마무리를 위한 힘을 비축하기에 좋은 기회였고, 해외에서 생활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일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 나가봐야겠다는 이유를 정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자료조사에 착수했다. 아무래도 중요한 결정인 만큼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서 목적지를 정했는데 알고 지내던 교환학생을 다녀온 학과 형들로부터 조언도 듣고, 당시 해외 상황 즉, 2015년 가을학기 IS가 세계적으로, 특히 유럽방면으로 문제를 일으키던 상황, 거기에 항공우주공학 분야에 대한 지원과 발전 정도를 비교하면서 나라를 고르다 보니 최종적으로 싱가포르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NUS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로 2016년도 Semester 2, 나의 4학년 봄 학기를 교환학생으로 나가게 된 것이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3학년 2학기를 마무리 짓고, 2주도 채 지나기 전에 싱가포르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해외에 여행을 목적으로는 나가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오랜 기간을 거주하겠다는 생각으로 나가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짐을 싸는 거부터, 숙소 문제, 비자발급, 학교 등록과 같은 일들을 혼자만의 힘으로 처리해야만 했고 배웅해주시는 부모님 앞에서는 씩씩하게 행동했지만 도착하기 전부터 피곤함과 함께 과연 모든 것이 제대로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일까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렇다, 4개월이라는 교환학생 대장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시작에 앞서 먼저 싱가포르라는 나라를 소개하자면 세계에 남아있는 나라의 형태 중에, 도시가 곧 나라인 Polis, 도시국가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말레이반도 끝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로 적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서 1년 내내 덥고, 해양성 기후라 습한 것이 특징이었다. 과거에는 아시아의 항구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세계의 화물들이 싱가포르 앞바다를 누볐다면 현재는 금융 산업의 메카로써 뉴욕, 런던의 뒤를 잇는 세계화 중심지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NUS, Cinnamon RC에 입사를 마친 후 짐을 풀고 새로운 생활에 뛰어들게 되었다. 4개월 동안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싱가포르만이 가지고 있는 정신이었던 것 같다. 작은 섬나라로써 바티칸처럼 종교적인 이유로 독립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고 마카오나 홍콩처럼 어느 나라에 속한 상태에서 자치를 허용 받은 것도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작은 영토에서 국민의 힘으로 주변 나라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하등 부족함이 없이 대등한 상태로 이겨내 나가는 것은 싱가포르가 가진 최고의 무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중국계 이민자들과 인도의 이민자들, 그리고 금융권이나 영국식민지 시절부터 살아왔던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싱가포르라는 나라에서 각자 능력에 맞게 대우받으면서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면 싱가포르인이라고 말하던 그런 모습들이, 그리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 그리고 여러 가지 정책들이 느껴졌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었다.
그럼 이제 싱가포르에서의 수업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 싱가포르에서는 전공 8학점, 교양 4학점의 수업을 들었다. 우리나라에 비해 수업시간이 상당히 긴만큼 교수님의 주도로 수업이 진행되는 중간에 팀별로 과제를 수행하거나 숙제들이 많았었는데, 영어수업을 카이스트에서 들었기도 하고, 교수님들의 영어발음이 Singlish라 불리는 싱가포르 식 영어의 사용을 자제하고 영국식 영어를 쓰려고 하셔서 수업을 듣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거기에 수업과 여가의 구분이 확실해서 수업시간에 공부를 마무리 지은 후에는 햇살이 비치는 잔디밭에서 누워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양궁 동아리 활동에서 주몽(?)의 후예의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학기를 지내면서 수많은 인연들을 쌓은 것은 아마 교환학생 이전과 비교해서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한다. 학기를 시작하면서 KAKI라는 활동을 통해 만난 Kenny, Khoi, Clare, Prasan 등 캐나다, 독일, 미국, 인도, 홍콩 전 세계에서 NUS로 교환학생을 온 수많은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어 2박 3일간 활동하면서 친구가 되었고, 그들과 같이 Chinese New Year, City Tour, Recess Week, Art in Singapore와 같은 수많은 행사, 관광지를 함께 다니면서 서로의 문화의 다름을 알고,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거기에 Local 친구들과의 인연도 빼먹을 수 없는데, 2015년도 가을학기에 우리 학과로 교환학생을 왔던 NTU 친구들과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어머니께 두루마리 휴지를 선물하기도 하고, 학교 내에서 만난 현지 친구들과 같이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였던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마지막은 같이 시간을 보내고 교환학생으로 귀환한 한국인들이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울시립대, 카이스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1학기 혹은 1년짜리 스케줄로 교환학생을 위해 NUS를 찾아왔고, 해외에서 어느새 만나고, 서로 도와가면서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하는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었다. 같은 수업을 들어서 친해지고 알음알음으로 알아가면서 좋은 인연으로 기억되었다.
이렇게 에세이를 쓰고 나서 보니 어느새 개강이 다가오고 있었다. 1월부터 5월까지 있었던 이 교환학생은 학부 생활 중에 빛나는 시간으로 내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거기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 새로운 문화들이 만나고 화합되어가는 모습들, 교환학생으로 나가서 나의 영어가 먹힌다는 것을 확인해서 좋은 것도 있었지만 어느 상황에서든지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4학년 1학기 같은 2학기를 시작하면서 졸업을 향해 한 발, 한 발을 내딛지만 이 순간에도 내 가슴 속에 남은 그날의 이야기들이 오늘도 힘차게 한 걸음 내딛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 끝으로 이렇게 다녀오는 동안 가장 마음 고생하셨을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다녀오는 동안에 애써주신 많은 관계자 분들과 함께 그 시간을 공유한 수많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Good luck on your journey
편집 김용호[kyh1477@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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