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교환학생 _ 양민영

크진 않더라도 따뜻한 우리 집, 그리고 집에 들어서면 날 반겨주는 가족들, 답답하다고만 생각했던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기숙사 방, 카이스트라는 학교와 이 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나에게 아무 걱정 없이 공부와 내 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2015년 8월 내 몸집만 한 여행 가방을 끌고 공항의 탑승장으로 가는 자동출입문 앞에서 부모님과 애틋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여권과 표 검사를 마치고 자동출입문을 지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뒤를 돌아 부모님을 보았다. 부모님은 걱정하는 눈길을 보내셨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외국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문을 지났다. 이때 나는 2015년 가을학기 토론토 대학교로 교환 학기 파견을 위해 비행기에 오르던 길이었다.

토론토 대학교는 교환 학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미리 집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구한 집에 문제가 있었다. 인터넷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IT 강국 한국에서 살다 와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학교에 갔을 때, 나는 캐나다의 와이파이가 한국만큼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또 2층에 나만 따로 쓰는 화장실이 있었는데 항상 샤워기의 물이 졸졸졸 거리더니 멈추어 버렸다. 샤워를 할 수 없으니 항상 학교 체육관 샤워실에 가곤 했다. 한 달에 집값만 800불이라는 돈을 내면서 이 집에 머무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을 새로 구하기로 했다.

토론토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한인 카페를 이용하거나, 토론토 대학교 학생 페이스북 그룹 또는 한인 부동산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집이 최소 4개월 이상 계약하기를 원하였지만, 그땐 이미 9월을 지나고 있었고 나는 12월 중순에 귀국할 예정이었다. 아침 일찍 학교 도서관에 가서 집을 검색하고, 계약이 가능하다는 집이 있으면,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을 보러 다니고 밤 9시쯤 집으로 돌아와서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한 달 내내 집을 보러 다녔다. ‘의식주’ 중에 ‘주’가 해결되지 않자 나는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내가 22년간 살면서 느껴온 학업이나 그 외의 것들에 대한 걱정은 모두 사치스러운 것들이었다. 온종일 내 머릿속은 온통 집 생각뿐이었다.

크진 않더라도 따뜻한 우리 집, 그리고 집에 들어서면 날 반겨주는 가족들, 답답하다고만 생각했던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기숙사 방, 카이스트라는 학교와 이 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나에게 아무 걱정 없이 공부와 내 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것은 결코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분에 겨운 것이었으며, 내가 이것들을 누릴 수 있도록 부모님, 교수님, 교직원을 비롯한 많은 분이 힘써주시고 계셨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 뒤에 다행히 너무 좋은 분을 만나 집을 구했고, 즐거운 교환학생 생활을 하다왔지만, 지금도 캐나다 땅에서 혼자 집을 보러 다니던 때를 생각하면 아찔할 때가 있다. 또 다시 이렇게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요즘을 그때와 비교하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느끼곤 한다. 혹시 이글을 읽는 다른 친구들도 어려운 순간들을 겪고 있다면, 우리에게는 응원해주는 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힘을 내기를 바란다. 또 우리가 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카이스트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편집         김용호[kyh1477@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