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 인터뷰

사진설명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필자(왼쪽)와 딸(이주훈).

 기자 생활 30여년, 과학기사를 써온 지 20여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황우석 스캔들’입니다. 2004년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인간 체세포 복제를 통해 만능줄기세포를 수립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제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줄기세포는 불치병·난치병을 고칠 ‘꿈의 치료제’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듬해 <사이언스>에 또다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수립’이라는 논문을 제출해 한국에서는 ‘영웅’으로, 세계에서는 ‘스타 과학자’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문화방송>(MBC)의 ‘피디수첩’이 황우석 연구팀이 실험에 사용한 난자를 돈으로 사는 등 생명윤리를 어겼다고 보도하면서 이른바 ‘황우석 스캔들’이 시작됐습니다. 피디수첩 팀은 한발 더 나아가 황 연구팀의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저를 포함한 과학·의료 담당 기자들은 황 연구팀과 피디수첩 팀 가운데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진실의 칼날 위를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더욱이 피디수첩마저도 황 연구팀 연구원을 거짓으로 강압해 진술을 받아내는 등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이 드러나 꽁꽁 묶이면서 더 이상 황과의 진실 싸움에 나설 수 없게 됐습니다.

 이때 젊은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등장해 ‘전세’를 뒤집었습니다. 익명의 연구자들은 황 연구팀이 <사이언스>에 제출한 논문들이 줄기세포 사진과 디엔에이(DNA) 사진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잇따라 폭로했습니다. 결국 황 연구팀이 주장하던 줄기세포는 존재하지 않으며, 논문을 조작하는 등 연구윤리를 어긴 것으로 드러나 황 전 교수는 서울대에서 해임됐습니다.

 저는 ‘진리를 추구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맡은 소임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저널리스트(기자)와 연구자는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황우석 스캔들에서 젊은 생명과학자들은 훌륭한 ‘저널리스트’였습니다. 과학은 전문성, 추상성, 복잡성 등의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과학기자는 일반 분야 기자와 달리 과학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 과학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과학기자에게 또는 일반인에게 직접 과학정보를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주는 과학자 곧 과학커뮤니케이터는 과학과 사회의 소통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과학자는 기본적으로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지난해 한국과학기자협회가 해마다 과학기자 가운데 한 두 명을 선정해 수여하는 ‘대한민국과학기자상’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언론사에서 그다지 인기 없는 과학 담당 기자를 오래 했다는 ‘공로 아닌 공로’로 주었나 봅니다. 저는 상금이 과학커뮤니케이터 양성에 쓰이면 좋겠다고 생각해 과학기술대 맏형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 기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무쪼록 항공우주공학과에서 많은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나오기를 바라봅니다. 

원문                  <한겨레> 이근영 선임기자 [kylee386@gmail.com]

편집                                            김용호  [kyh1477@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