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터뷰 (진정근 교수)

< 진정근 교수 >
1. 먼저, 교수님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5년 10월 1일부로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 부교수로 부임한 진정근입니다. 저는 2003년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서 학사과정을 마쳤으며, 이후 KAIST 로켓연구실(지도교수: 권세진)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이수하였습니다.
2009년 박사학위 취득 후에는 KAIST 기계기술연구소에서 1년간 Post-Doc 으로 근무하였고, 이후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에서 2년 6개월간 연구원으로 재직하였습니다. 그 후 2012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13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였으며, 2025년 10월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2.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 새로 부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KAIST를 선택하시고 연구를 이어가시게 된 특별한 계기와 소감에 대해 먼저 듣고 싶습니다.
제가 KAIST를 선택했다기보다는, KAIST가 저를 선택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학부 과정으로 입학한 이후 박사후연구원(Post-Doc) 과정까지 지냈으니, 20대 전부를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서 보낸 셈입니다.
제 경력을 살펴보시면, 학위 취득 이후 수행해 온 연구개발은 모두 실제 적용을 목표로 진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방과학연구소는 군에서 운용될 첨단 무기체계와, 그에 필요한 핵심 기술의 개발을 목표로 하는 기관이며, 개발된 대부분의 기술은 여러 무기체계에 적용됩니다. (여담이지만, 개발된 많은 기술과 그 활용처는 여러분이 알 수도, 또 알아서도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개발 경험을 통해, 교육기관이자 기초연구기관인 대학에서 수행해야 할 연구의 방향과 학생 교육·지도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에 걸쳐 자리잡은 국책기관 연구원으로서 교수직으로의 전환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현장에서 축적해 온 경험을 KAIST의 우수한 학생들과 공유하고, 개발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반 기술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면, 제가 직접 무기체계 개발을 수행하는 것 이상으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항공우주공학은 단일 기술만으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다양한 세부 전공과 기술이 융합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하는 학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KAIST 항공우주공학과의 우수한 교수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우주 개발의 초석이 될 수 있는 기술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고 KAIST 항공우주공학과의 일원이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3. 카이스트에서 학위를 받으시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오랜 기간 연구해 오셨습니다. 지금까지 수행하셨던 연구 분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국방과학연구소에서의 저의 연구 경험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초기 10년간은 다양한 고체 추진기관의 성능 설계, 시험 장치 설계 및 개발, 그리고 이를 위한 해석 및 시험 중심의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순항미사일용 소형 고체 로켓 부스터, 탄도 유도무기용 중형 고체 추진기관, 대공 유도무기에 적용되는 다축 정밀 고체 추진 기술, 우주 발사체용 대형 고체 추진기관 및 액체 추진기관 개발에 참여하였습니다. (각 연구 개발 결과에 대하여 설명드리면 좋겠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세부 내용을 설명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시기 연구개발의 핵심은 추진기관 설계 기술 전반, 시험평가 및 결과 분석, 그리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 해결로, 추진기관 개발에 필요한 대부분의 연구개발 업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발된 추진기관들은 현재 여러 유도무기 체계에 적용되어 양산·배치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에 참여한 발사체용 고체 추진기관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와 같이 2022년부터 시험 비행이 진행되었으며, 근 시일내에 우리 국방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신속히 수송할 수 있는 발사 체계로 활용될 것입니다.
KAIST 부임 전 최근 3년간 저는 유도탄 및 발사체 체계(System) 개발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발사체와 유도탄은 추진기관을 비롯해 기체 구조, 구동장치, 각종 기계·소재 부품, 항법장치, 전지와 같은 전자장치, 그리고 유도·조종·사격통제 등 성능 분야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 하는 대표적인 복합 시스템입니다.
저는 이 가운데 기계장치 분야의 실무를 총괄하며, 로켓 추진기관을 기반으로 한 비행체의 기본 설계, 개발 시험, 그리고 관련 연구 업무 전반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개별 추진기관 개발을 넘어, 체계 관점에서 비행체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연구개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4. 현재 KAIST에서 이끄실 연구실은 어떤 분야를 주력으로 연구하실 예정이신지, 어떤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함께하기를 기대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끌게 될 연구실은 Rocket Lab KAIST입니다. 이 연구실은 권세진 명예교수님께서 오랜 시간 이끌어 오신 곳이자, 제가 직접 석·박사 과정을 마친 연구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역사와 정체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연구실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며, 기존에 수행해 왔던 연구를 기반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먼저, 과산화수소를 포함한 친환경 저장성 추진제 기반 접촉 점화성 이원 추진제 기술은 고독성의 하이드라진계 연료를 대체할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접촉 점화성은 별도의 점화원 없이 연료와 산화제가 접촉되었을 때 연소 반응이 개시되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이 기술은 누리호와 같은 발사체의 주 추진기관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OTV(Orbit Transfer Vehicle)나 OOS(On-Orbit Servicing)와 같은 우주 플랫폼에 적용 가능한 추진 기술입니다. 해당 분야는 기존 Rocket Lab KAIST에서 이미 많은 기초 연구가 수행되어 왔으며,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를 실제 비행 가능한 추력기로 구현하기 위해 스월 인젝터와 핀틀 인젝터를 포함한 인젝터 기술, 막냉각 기술, 그리고 적층 제조 적용을 고려한 인젝터 헤드 설계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인 접촉 점화 반응 메커니즘에 대한 실험적 연구도 함께 수행할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친환경 연료에 대한 연구가 포함되며, 향후에는 과산화수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산화제인 아산화질소, 이온성 추진제등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시스템 차원에서는 이러한 이원 추진제 추력기를 적용한 추진 시스템 아키텍쳐 (propulsion system architecture) 설계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추진 시스템은 추진제 탱크, 공급 방식(가압식, 전기펌프, 공압펌프), 배관, 그리고 다수의 수동형 및 능동형 밸브로 구성되며, 여러 추력기의 작동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기 때문에 시스템의 동적 특성과 최적화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연구는 우주 추진 시스템에 국한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메탄 기반 주엔진의 다양한 사이클, 예를 들어 다단 연소 사이클이나 팽창식 사이클 연구로까지 확장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체 추진기관 분야에서는 시험 중심의 연구보다는 최적 설계 연구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고체 추진기관 시험은 수행 가능한 기관이 제한적인 만큼, 저희 연구실에서는 임무 요구 조건에 따른 추력 프로파일, 추진제 충전율, 주요 성능 변수를 만족하는 내탄도 성능 설계와 그레인 형상 설계, 그리고 노즐·연소관·점화기와 같은 주요 하드웨어의 최적 설계를 위해 AI 기반 설계 기법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저희 Rocket Lab KAIST는 특정 추진기관 하나를 개발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추진기관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반 기술을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로켓 및 우주 추진기관 설계와 개발에 관심 있는 분들은 실험, 해석, 설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로켓 추진 기술과 연관된 주제라면 현재 소개되지 않은 분야라도 언제든지 연구실을 방문해 주시면 함께 논의 해드리겠습니다.
5. 연구자로 살아오시면서 겪으셨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수행했던 수많은 연구개발은 단 한 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게 진행된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크고 작은 문제가 뒤따랐고, 우리는 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결국 개발을 완수했습니다. 항공우주공학은 개별 단위 기술이 모여 하나의 체계를 이루는 전형적인 융합 학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든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학위를 받고 연구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체계 수준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역시 수많은 동료 연구원, 선후배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문제를 극복하고, 최종 비행을 통해 우리가 개발한 비행체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꼈던 행복과 희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경험은 다음 연구개발을 계속해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연구자로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 주변에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 선후배, 그리고 교수님들 모두가 언젠가 함께할 동료가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른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이 공학을 하는 연구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6. 마지막으로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학생 및 구성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다시 KAIST 항공우주공학과의 일원이 되어 매우 기쁘며, 동시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우수한 KAIST 졸업생들이 미래의 우주 개발과 로켓 추진 분야에서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한 가지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연구와 삶의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히거나 어려운 일을 겪게 되더라도, 지나치게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습니다.
원문 진정근 교수[jungkunjin@kaist.ac.kr]
인터뷰, 편집 이상길[sanggil.le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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