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터뷰 : 탁민제 교수
이번 32호 뉴스레터 특집인터뷰에서는 올 여름 은퇴를 앞두신 우리 학과의 탁민제 교수님께 여러가지 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Q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탁민제입니다. 서울대 항공공학과 72학번으로 입학해 76년에 졸업하고, 국방과학연구소에 병역특례 보충역 3기로 들어갔습니다. 5년 반 동안 대전차로켓과 방사포 개발에 참여하며 말단 연구원으로 근무 했습니다. 결혼은 일찍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2년만에 했죠. 그래서 유학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유학 붐에 휩쓸려 81년 8월 텍사스주립대학(오스틴)에 가서 Jason Speyer 교수님 지도로 강인제어이론을 연구하고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후 실리콘 밸리의 Integrated Systems에서 2년 반 일했는데, 지금 널리 사용되고 있는 MATLAB과 거의 같은 MATRIXx라는 소프트웨어를 훨씬 먼저 만들어 팔던 회사입니다. PC 버전을 만들지 않아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만… 그 회사의 Missile Division에서 주로 유도탄의 유도조종 설계 업무를 담당하다가 1989년 여름에 카이스트로 오게 되었습니다.
1984년도
Q2. 교수님의 연구분야에 대해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보통 항공우주공학을 나눌 때 공기, 구조, 추진, 제어로 나눕니다. 그 중에서 제어를 전공했는데 범위가 너무 넓어 제어가 뭐하는 건지 쉽게 설명하기 힘듭니다. 몇 가지 예를 든다면 인공위성의 자세 제어나 궤도 수정, 그리고 무인기, 유도탄, 우주 발사체 등의 비행 궤적 최적화와 최적 궤적 추종, 표적 요격을 위한 비행체 자세나 가속도 제어 등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하기 위해선 GPS나 관성 항법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나 상태를 아는 것도 필수적이죠. 응용 대상 비행체는 다양하지만, 바탕이 되는 이론들은 공통이기 때문에 다른 비행체로 갈아 타는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에 대한 지식도 많이 요구되므로 교수님마다 연구하는 비행체나 기술분야가 다릅니다. 나는 그동안 유도무기를 주로 연구했고 국방과학연구소와 일을 많이 했습니다. 이쪽에서는 선두 그룹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비행체 쪽은 많이 약하죠. ^^
우리나라 항공우주 제어 분야는 역사가 짧은 편이에요. 이전에 항공과 사람들은 공기역학을 주로 공부했고, 구조, 추진 분야로 점차 확대 되었는데, 제어가 가장 늦었어요. 제어는 전기전자나 전산 분야와 많이 관련되어 있고, 그쪽에 인공지능, 제어이론, 최적화 기법 등의 전문가가 많습니다. 제어를 잘 하려면 수학도 중요해요. 수학 과목을 많이 들으라는 뜻은 아니지만, 대수기하, 미적분, 확률이론 등을 잘 알면 연구하고 논문 쓰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제어 분야에서는 영상처리 관련 연구도 많이 해요. 카메라나 SAR 레이더로 지상을 촬영하여 이미 알고 있는 영상과 비교하여 비행체 위치를 찾아내는 것을 지형참조항법이라 합니다. 무인기의 충돌회피에도 영상으로 위협 비행체를 감지해서 궤적을 예측하고 회피하는 기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고요. 영상이나 항법 분야는 전기전자 쪽에서 잘 할 수 있는 토픽인데 응용 대상이 항공우주시스템이라서 그런지 전기전자 교수님들이 별로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공우주공학 교수님들이 이런 분야까지 다 연구하게 된 것이죠. 어떤 학생들은 항공우주공학이 기계공학의 일부라고 생각하는데 아주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2010년 나로호 발사 중계 방송 중
Q3. 교수님께서 해 주실 수 있는 연구에 대한 조언이 있나요?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 검증하고 분석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행시험 하다가 사고를 겪고 난 후에야 오류를 발견하게 됩니다. NASA 같은 곳에서도 단위를 헷갈려 화성에 보낸 탐사선이 실패한 적이 있었고, 러시아에서도 우주발사 실패가 종종 일어나고 있어요. 워크맨쉽이 많이 떨어진 겁니다. 우리 랩 학생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는데 코드를 확실하게 검증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호 오류, 좌표계 변환 오류 등 작은 실수가 하나라도 있으면 안됩니다. 학생이 코드를 검증하지도 않고 가져온다면 교수보고 직접 코드 짜라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교수의 CPU를 많이 활용 하겠다는 거죠. 자신이 맡은 것은 확실히 이해하고 검증해서 지도교수나 직장 상사에게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일을 자꾸 시켜 힘들 수도 있겠지만, 많이 배울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훗날 수십 배, 수백 배로 보상 받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과 연관이 되어있는 내용인데, 기본적인 지식부터 확실히 쌓아 나가야 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너무 쉽게 배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공부를 그렇게 하면 감을 빨리 잡을지는 몰라도 대충만 아는 거라 확실한 지식이라 할 수 없습니다. 뭘 공부하든지 기본부터 아주 확실하게 알아야 합니다. 공식만 외우는 것 보다는 컴퓨터로 직접 해를 계산해 보고 시뮬레이션 해보면 좋습니다. 검증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늘게 됩니다.
2018 랩 학생들과 함께
Q4. 수업(또는 교육)에 대한 교수님 만의 방식이나 신념이 있나요?
수업은 조금 어렵게 가르치는 편입니다.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얘기하지는 않죠. 파워포인트로 알기 쉽게 잘 정리해서 설명하는 것은 게으른 학생들을 위한 수업 방법입니다. 부지런한 학생들은 이미 예습을 해서 다 알고 있는데 쉬운 것만 가르치면 너무 답답하지 않을까요? 학부 과목 강의 평가를 잘 받아 본 적이 없어 지난 가을 학기에는 좀 신경을 썼는데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동역학 시험문제를 50% 정도 미리 알려 주었는데도 평균 점수가 40점 수준이니 학생들도 좌절감이 컸겠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ㅠㅠ 왜 동역학에 흥미가 없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강의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집중해 주는 학생들이 고마울 뿐이죠. 학생들을 골탕 먹이려고 어렵게 가르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동역학은 F=ma 하나만 응용할 줄 알면 되는 매우 쉬운 과목입니다. ^^ 예습/복습에 시간 투자 조금만 하고 와도 내 질문에 충분히 대답할 수 있어요.
Q5. 항공과 학부생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책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책을 거의 읽지 않아 추천할게 없네요. 한 권 추천하자면 ‘항공우주공학개론’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항공우주공학과 학생들인데 항공우주에 대한 상식이나 관심이 상당히 부족한 것 같아요. 개론 책 외에도 항공우주 관련 기사나 쉬운 교재를 인터넷에서 찾아 많이 읽어 보기 바랍니다. 지금은 '정보의 홍수' 시대라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잘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마땅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제일 쉬운 자료부터 찾아 보는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에 대해 알고 싶으면 satellite tutorial ppt/pdf 이렇게 검색해 보세요. 누가 알짜 지식이나 정보를 입에 넣어 주기를 기다리면 안됩니다. 잘 몰라도 자꾸 찾다 보면 어느새 감이 잡히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전문지식이 많이 쌓이게 됩니다.
Q6. 학부생들의 진로 결정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진로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학부생 여러분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학부 성적과 영어 성적(토플, 토익 등)을 최대한 올리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따라온다면 어느 진로든지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으므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는 졸업 즈음해서 결정해도 됩니다. 반대로 두 가지가 따라오지 않으면 진로 고민을 계속 한들 제한된 선택지 내에서 고를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카이스트 학부생으로 공부하게 된 것은 큰 프리미엄을 얻은 것인데, 이걸 그냥 버려 버린다면 나중에 후회가 많이 될 겁니다. 인생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느냐에 따라 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지 궁금하다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가 살펴보면 됩니다.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생각을 바꾸면 되구요. ^^
Q7. 학부 4년동안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게 어떤 것인가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학부 성적과 영어 성적이 제일 중요합니다. 여기에 추가하자면 친구들과 잘 협력하면서 평판 관리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건 학부 과정 보다는 대학원 과정에서 더 신경 써야 하는데, 사람을 뽑으려는 회사에서는 지원한 사람에 대한 주변의 평판을 많이 참조합니다. 능력만 고려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인성과 협력 자세에도 비중을 많이 둡니다. 만일 같은 랩 출신 동료가 내가 지원한 회사에 이미 근무하고 있는데, 나에 대해 뭔가 부정적으로 평한다면 그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는 그 순간 다 사라졌다고 보면 됩니다.
Q8. 남학생들은 학부 때 군대를 다녀오면 이점이 있나요?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카이스트 남학생들이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과정을 통해 병역 특례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박사 끝날 때쯤 되면 고민이 생깁니다. 교수직을 희망해도 해외 연구 경력이 없는게 핸디캡이 됩니다. 그래서 포닥을 다녀오는 학생들이 제법 많은데 아무래도 해외유학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립니다. 석사 마치고 취업을 하려 해도 병역특례가 있는 연구소나 산업체가 제한적이므로 선택의 폭이 좁습니다. 이 문제는 정답이 없습니다. 유학을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굉장히 많은 노력을 들여 준비해야 하고 병역의무도 미리 마쳐야 하고 유학 기간의 학비와 생활비 문제도 걱정해야 합니다. 요즘 미국 대학에서는 국방 연구에 외국인 학생이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입학허가를 받기가 예전보다 더 힘들기도 하구요. 어느 옵션이나 다 장단점이 있는거죠. 군대 미리 다녀온다고 카이스트 박사과정 못 가는 것은 아니니까 학부 때 숙제를 미리 해 놓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그동안 게임에 너무 빠져 학업에 소홀했거나 좋아하던 여자친구와 헤어져 마음이 괴롭다면 그걸 핑계로 군대 가서 초심을 되찾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Q9. 교수님께서는 곧 은퇴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강의, 프로젝트, 논문 같은 것에 치여 살아 딱히 재미있는 일이 없었네요. 학부생과 시간을 많이 못 보내 아쉽기도 합니다. 하나 생각나는 것은 전공책임교수(학과장)를 할 때, 그게 2000년이었는데 AE컵이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소프트볼을 좋아해서 소프트볼 대회로 만든 것인데, 다음 학과장께서 종목을 축구로 바꿔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축구에 전혀 소질이 없거든요... ㅠㅠ
아, 다른 것도 생각이 나네요. 1학년 대상으로 하는 학과설명회 준비를 위해 학과 학생회 간부들이 포스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학부에 여학생이 9명이 있어 'Girl’s Generations'을 본 딴 'Aerospace Generations' 이라는 컨셉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더군요. 몇 시간 임대한 사진관에 도착해 보니 여학생들이 군복 스타일의 치어리더 의상 차림이었습니다. 화장을 해서 누군지 몰라본 학생들도 있었고… 그런데 포즈를 취해 보라 하니 연습을 전혀 안 해 왔더군요. 그래서 그 전날 밤에 공부한 '소녀시대' 사진들을 보여 주며 포즈 지도를 해서 찍었습니다. 그 사진으로 포스터 만들어 교내에 걸었는데 유치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구요. ㅎㅎ 아무튼 그때 한 시간 넘게 사진 촬영했던 것이 무척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1991년 동학사에서
2010년 학과설명회 포스터
Interview 강유주 [ky5731@kaist.ac.kr]
이승준 [seongjun1664@kaist.ac.kr]
최유찬 [brenden992@kaist.ac.kr]
편집 이재호 [barbossa0412@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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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공학과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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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사업 소개 (복합 화학반응을 포함한 극초음속 다원자 혼합물 유동의 입자기반 해석기법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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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
연구실 탐방 (전기추진 및 이온빔 응용 연구실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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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
연구실 탐방 (Space Testing And Research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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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
학부생 소식 (2025 봄 해피아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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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이동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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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Highlight (이상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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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이야기 (민간 무인 탐사선 블루 고스트 달 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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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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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공학과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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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
연구실 탐방 (익스트림역학 및 멀티피직스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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