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에세이 (이민준 학사과정학생)
파견 시기: 2018년 가을학기
‘교환학생까지 갔다 오면 너무 늦어지는 게 아닐까?’
‘그냥 방학 때 여행이나 갔다 오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카이스트는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입학과 졸업을 빨리 하고, 재학생 평균 연령이 낮은 학교입니다. 저는 일반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오니 2~3년 정도가 늦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교환학생에 지원하기 전까지도 교환학생을 가는 게 옳을지 위와 같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더욱이 이미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들이 알려준 지출 금액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에 더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젊을 때의 경험은 잊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낯선 도시에 가서 살아보는 것은 지금껏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늦었지만, 재학 8학기째에 교환학생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을 지원하는 것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에 항공우주공학이 많이 발전된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고자 했습니다. 2018년 가을학기의 교환학생은 2~3월쯤에 지원하는 줄 알고 이에 맞춰 토플 점수를 따려고 했으나, 12월 중으로 지원을 하게 되어 미국 대신 토익으로 가능한 유럽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교환학생을 고르는 기준은, 로망 / 영어 사용 정도 / 항공과 유무 / 대도시 / 공항을 비롯한 교통 상황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운이 좋게도, 유럽 최고의 공과 대학 중 하나인 KTH,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 이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Fig.1 스톡홀름의 여름 | Fig.2 스톡홀름의 해질녘 |
<스톡홀름이란>
스톡홀름은 북위 59도에 위치한 북유럽 최대의 도시입니다. 서울이 북위 37도임을 고려했을 때, 꽤 북쪽에 있는 도시임이 틀림없습니다. 한여름에는 해가 10시를 넘어서 지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3시가 되기 전에 어두워 지기도 합니다. 해가 떠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날씨에서도 큰 변화를 보입니다. 여름에는 한없이 맑은 하늘이 매일 이어지지만, 11월쯤부터는 먹구름이 일주일에 6일 이상을 껴 있을 정도로 흐린 날씨가 지속됩니다. 그래서인지, 여름에는 사람들이 날씨 좋은 날에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와서 햇빛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위 59도임을 고려하였을 때, 쉽게 드는 생각은 강추위일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추위가 조금 일찍 찾아오긴 하지만 한국보다 더 춥진 않은 것 같습니다. 1월 평균 최저기온이 -3도로, 비슷한 위도에 있는 알래스카(북위 61도), 바이칼 호수가 있는 이르쿠츠크(북위 52도) 등에 비해선 훨씬 따뜻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웨덴은 아시다시피 성 평등 정책이 상당히 잘 갖춰진 나라입니다. 그런데 성 평등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평등이 실현된다고 느껴졌습니다. 보통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라면 간혹 차별을 받는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제가 독일 베를린에 4일간 여행을 갔을 때는 인종차별로 의심되는 일을 겪은 적이 있는데, 스웨덴에서는 이곳에 도착했던 8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스웨덴은 난민을 상대적으로 많이 수용해서 그런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에게도 다르게 대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또한 스웨덴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합니다. 정말 잘합니다. 계산대에서 직원이 처음 스웨덴어로 말을 하다가 제가 ‘sorry?’라고 하면, 번역기를 돌리듯이 바로 영어로 다시 질문해줍니다. 덕분에 스웨덴에서 언어로 인한 불편함은 겪은 적이 없었습니다.
북유럽의 최대 장점은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로라는 극지방에서 주로 관찰되기 때문에 위도가 높을수록 잘 보이는데, 운이 좋은 경우에는 스톡홀름 도시에서도 오로라가 관찰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10월 초 제가 스톡홀름을 떠나 있던 날에는 기상 상황이 좋아 많은 친구들이 오로라를 목격했다고 합니다. 오로라 관측을 위해선 보통 아이슬란드, 캐나다의 옐로나이프, 스웨덴의 키루나 등으로 많이 가는데, 스톡홀름은 키루나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편입니다. 주로 이용하는 비행기는 1시간 반이 소요되고, 기차는 직행 야간열차가 있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글을 작성하고 난 다음 주에는 야간열차를 타고 키루나에 가서 눈사람도 만들고 오로라 관측을 하고, 비행기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Fig.3 스톡홀름의 구시가지, 감라스탄 | Fig.4 필자가 살던 기숙사 |
<여행>
유럽은 많은 나라가 모여있는 대륙이기 때문에 여행하기 쉽습니다. 버스를 타게 되면 가격 걱정 없이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고, 기차 혹은 비행기를 타더라도 보통 5만 원, 최대 10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스톡홀름은 바다를 두고 유럽 본토 대륙과 떨어져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긴 힘들지만, 여전히 항공권은 싸기 때문에 여행이 쉽습니다. 베를린의 경우 편도 3만 원이면 가능하고, 이외에도 보통 편도 5만 원 내외로 항공권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암스테르담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저에게는 인상 깊었던 도시라서 이번에 다시 방문하였습니다. 비행기는 출발 4일 전에 왕복 83유로 정도에 구매하였고, 이번에는 3일을 체류하며 하루는 항공우주공학으로 유명한 Delft 공과대학과 헤이그 특사의 기록을 담고 있는 이준 열사박물관에 방문하였습니다. Delft 공과대학은 유럽에서 항공우주공학으로 손꼽히는 대학으로, 올해에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하러 간 선배의 도움으로 학교 탐방을 할 수 있었습니다. Delft 항공우주공학과는 매해 신입생이 300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실험을 위한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카이스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렇게 공부하는 환경을 접하니 다시 한번 꿈을 환기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Delft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헤이그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이준 열사박물관을 방문하였습니다. 이준은 1907년 을사늑약이 일제의 강압에 의해 체결된 것임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상설, 이위종 등과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헤이그평화회의에 특사로 파견되었으나 일제의 압력과 방해로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숙소(=현재의 박물관)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100년 전에 이 먼 곳까지 와서 나라를 구하지 못한 채 잠들어야 했던 그 사건을 보며 안타까웠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럽의 많은 학교들은 한 학기를 둘로 나누고(말하자면 중간고사 전/후) 그사이에 1~2주일의 방학이 주어집니다. 저는 약 10일의 방학이 있어서 런던과 더블린 여행을 했습니다. 저는 여행을 혼자 가는 것도 좋아해서 혼자 떠났는데,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를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웨스트햄 경기장에 가서 웨스트햄 vs 토트넘 경기를 직접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비록 손흥민 선수가 몸을 풀고 있다는 소식만 듣고 직접 보지는 못한 채 왔지만 프리미어 리그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는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런던에서는 5일을 체류한 후 더블린으로 이동했습니다. 사실 저는 기네스, 이 세글자로 여행을 결정하였는데,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호스텔에서 우연히 만난 또래의 사람과 친해져서, 이틀 내내 아이리시 로컬 펍을 찾아다녔던 기억은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Fig.5 프리미어리그 직관(웨스트햄vs토트넘) | Fig.6 헤이그에 있는 이준 열사박물관 |
Fig.7 Delft 공과대학 항공우주공학과의 전시물 | Fig.8 환율을 잘못 알고 먹은 3만원짜리 아침식사 |
<소감>
교환학생을 와서 제게 있었던 큰 변화 중 하나는 인간관계였습니다. 저는 많이 외향적인 편은 아니어서 처음 본 사람에게 말을 잘 걸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보니 많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잘 붙이고 친구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해봐야겠다 싶어 조금씩 노력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미국 친구들, 일본 친구들, 러시아 친구들 등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의 K-POP 열풍을 들으며, 일본인 친구와 한국어와 일본어의 공통 어휘를 찾으며, 다음 학기에 KAIST로 파견 오게 될 대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친목을 다졌습니다. 이렇듯 교환학생을 통해 여행에서의 견문을 넓히고 학업적 성취를 이룰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종종 여행을 하기 위해서 교환학생을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또한 파견 학교를 유럽으로 선정한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환학생 경험은 ‘여행’ 하나만으로 단정 짓기엔 너무 값지고 소중한 경험들이 많습니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혼자’ 살아가는 경험은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해외’에서 살아보면서 정말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난관에 부딪히고, ‘혼자’ 살아보면서 가족들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또 매일 살던 터전에서 물러나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단언컨대 교환학생을 오기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며, 체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교환학생이 끝나는 2달 뒤에는 이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친구들과 각 나라 요리를 해와서 함께 먹은 기억,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도란도란 수다를 떨었던 시간, 삶의 터전에서 한 발짝 물러나 사색에 잠겼던 시간 등은 오래도록 남아 힘들고 지칠 때마다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렇게 교환학생을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부모님과 교수님, 학과사무실 선생님, 그리고 KAIST 국제협력팀 등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Fig.9 태국 친구의 팟타이 쿠킹 클래스 | Fig.10날씨가 좋아 다녀온 BBQ 파티 |
원문 이민준[lmg7428@kaist.ac.kr]
편집 박진우[jinpark57@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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