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 Focus (이대영 교수)

< 이대영 교수 >
항공우주공학과 이대영 교수님은 2021년 10월 부임 이후 항공우주 로보틱스 및 메커니즘 연구실(ARML)을 이끌며 전개형·가변형 메커니즘을 실제 우주 임무 하드웨어로 발전시켜 오셨습니다. 부임 5년을 맞아 그간의 연구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습니다.
1. 간단한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항공우주공학과 이대영입니다. 2021년 10월 항공우주 로보틱스 및 메커니즘 연구실 (Aerospace Robotics and Mechanisms Laboratory, ARML)을 열면서 부임하였고, 이제 만 5년이 되었습니다.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학사,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학교 소프트로봇연구센터와 미국 Harvard University의 John A. Paulson School of Engineering and Applied Sciences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KAIST에 왔습니다. 학교 밖에서는 IEEE Robotics and Automation Letters의 Associate Editor와 한국항공우주학회 평의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조금 이색적인 직함으로는 (사) 한국종이접기협회 사회교육 자문위원도 맡고 있습니다.
2. 부임 당시 인터뷰에서 “연구의 무대를 우주로 옮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연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돌아보면 핵심은 그대로이고, 대상이 달라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연구의 출발점은 종이접기 원리를 비롯한 전개형·가변형 메커니즘 설계였고, 그 방법론은 지금도 연구실의 뼈대입니다. 달라진 것은 이 기술이 향하는 곳입니다. 부임 전까지의 연구가 “접을 수 있다는 것으로 무엇이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지난 5년은 그것을 실제 우주 임무의 요구조건 위에 올려놓고, 극한 환경과 실제 하중을 견디며, 현장에서 검증되는 하드웨어로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연구의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아이디어를 실험실 규모의 프로토타입으로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우주항공청 과제와 산업체 협력을 통해 실제 위성이나 로버에 탑재될 것을 전제로 설계하고, 지상 실증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재료, 제작, 시험, 시스템 통합까지 고민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3. 최근 달 탐사 로버용 전개형 바퀴 연구가 Science Robotics에 게재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떤 연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달의 용암동굴(lava tube)은 방사선과 극심한 온도 변화로부터 보호되는 공간이어서 미래 유인 거주지 후보로 꼽히고, 과학적으로도 달의 화산 활동사를 기록하고 있는 중요한 지형입니다. 문제는 동굴 입구가 수직에 가까운 함몰지(pit)라는 것입니다. 로버가 그곳에 들어가려면 큰 낙차와 충격을 견디면서도, 좁은 곳을 통과하고 넓은 곳에서는 안정적으로 주행해야 합니다. 저희는 무인탐사연구소(UEL),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양대학교와 협력하여 종이접기와 소프트 로보틱스 기술을 결합하여 두 배 이상 크기가 변하면서 강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전개형 바퀴를 개발했고, 이 결과가 2025년 12월 Science Robotics에 게재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결과입니다. 5년 전 인터뷰에서 종이 모형에서 출발한 가변형상 바퀴가 1톤 이상의 하중을 견디는 실제 차량용 바퀴가 되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때의 Science Robotics 논문은 박사후 연구원 시절의 결과였습니다. 이번에는 KAIST에서 학생들과 함께, 저희 연구실 이름으로 같은 학술지에 다시 논문을 낼 수 있어 연구자로서도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달 표면을 넘어 그 아래까지 내려가는 로버, 이것이 저희가 다음으로 보고 있는 목표입니다.
4. 그 외에 현재 진행 중인 대표적인 연구들도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궤도 위에서는 두 가지 큰 축이 있습니다. 첫째는 전개형 안테나입니다. 1U 크기의 큐브위성 안에 수납되었다가 궤도에서 직경 0.5 m로 펼쳐지는 GNSS 전파엄폐(GNSS-RO) 관측용 메쉬 반사판 안테나를 개발하여 상용 안테나보다 크게 향상된 지향성을 확보하였고, 이 결과가 Aerospace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되었습니다. 산업체와의 협력으로 다른 형태의 전개형 안테나로 확장하는 후속 연구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둘째는 우주 물체 포획을 위한 전개형 소프트 그리퍼입니다. 얽힌 폐루프 구조가 스스로 감기면서 다양한 형상의 물체를 잡는 방식으로, 구동과 제어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지금은 KAIST 인공위성연구소와 함께 2027년으로 예정된 우주 쓰레기 제거 위성(ADRSAT)에 탑재하여 큐브위성을 실제로 포획하는 임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달 현지자원활용(ISRU) 장비, 드론용 전개형 태양광 패널, 수중 도킹 메커니즘 등 행성 표면과 하늘, 바다로 이어지는 연구들은 이번 호 연구실 탐방에서 자세히 소개드립니다.
5.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국내 우주 개발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산업체·출연연과의 협력이나 연구실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부임 초기와 비교하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협력의 밀도입니다. 저희 연구실의 주요 성과는 거의 모두 무인탐사연구소,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KAIST 인공위성연구소, 그리고 여러 기업과의 공동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로버 바퀴 하나를 만들어도 로버 본체를 만드는 회사, 달 환경을 정의하는 연구원, 시험장을 제공하는 기관이 있어야 실제 임무를 향한 연구가 됩니다.
대학, 특히 저희 연구실의 역할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체와 출연연이 검증된 기술로 임무를 만들어 가는 동안, 우리는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개념을 먼저 시도하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 되고자 합니다. 동시에 그 과정을 함께한 학생들이 졸업 후 산업체와 연구소로 나가 현장의 문제를 다시 대학으로 가져오는 순환을 만들고자 합니다.
6. 10년, 20년 뒤 교수님의 연구가 실현된다면 항공우주 분야는 어떤 모습일까요? 궁극적으로 꿈꾸시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발사체가 우주로 가는 유일한 길인 이상, 수납 공간의 제약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주에서 하려는 일이 커질수록, 즉 대형 통신 안테나, 우주 태양광 발전소, 달 기지와 같은 큰 구조물을 원하게 될수록, 접어서 보내고 펼쳐서 쓰는 기술의 중요성은 커질 것입니다. 10년 뒤에는 위성의 크기가 발사체의 페어링 크기로 정의되지 않는 시대, 20년 뒤에는 궤도와 달 표면에서 구조물이 스스로 펼쳐지고 조립되는 것이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당연한 설계 방식이 된 시대를 상상합니다.
행성 표면에서는 로버가 지금처럼 단일한 형상으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형에 따라 바퀴의 크기와 형상을 바꾸고, 절벽을 만나면 몸체를 변형하며, 임무가 바뀌면 스스로 도구를 바꾸는 로봇이 미지의 환경에 대응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형상이 변한다는 것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응 능력이고, 우주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의 집합이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목표는 저희 연구실에서 설계한 메커니즘이 실제로 달 표면 위에서, 그리고 지구 궤도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2027년 우주물체 능동제어 임무의 포획 그리퍼가 그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고 있고, 달 표면을 달리는 한국 로버의 바퀴에 저희의 기술이 들어가는 날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 학생들이 우주 하드웨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본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로 성장한다면, 그것이 제가 이 연구실에서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성취일 것입니다.
7. 마지막으로 학부생과 대학원생, 동문을 포함한 항공우주공학과 구성원분들께 하시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5년 전 이 자리에서 후배분들에게 “스스로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을 많이 가지시기 바란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같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한 답을 가진 사람은 힘든 시간이 왔을 때 훨씬 잘 버틴다는 것을 지난 5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하며 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머릿속의 생각을 직접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종이 모형이든, 코드 몇 줄이든, 서툰 시제품이든 상관없습니다. 생각은 만들어 보기 전까지는 대개 그럴듯해 보이고, 만들어 본 뒤에야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저의 연구도, 저희 연구실의 성과도 모두 잘 안 되는 시제품 앞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실패한 시제품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음 시제품의 재료로 삼는 태도가 연구자로서든 엔지니어로서든 가장 오래 남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주 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큰 기회 앞에 서 있습니다. 학생들과 동문 여러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만들어 가는 결과들이 다시 학과로 모여 더 큰 상상의 재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연구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원문 이대영 교수[ae_dylee@kaist.ac.kr]
편집 김준서[junniu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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