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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LETTER (16'~)

동문 인터뷰(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병찬 책임연구원)


 

1. 먼저 선배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동문 선후배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사체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선병찬 책임연구원입니다. 탁 민제 교수님의 비행역학 및 제어 실험실에서 1993년 2월 석사, 1997년 8월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서울대학교 자동제어특화연구센터 및 일본 신슈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1999년 6월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발사체 분야 연구개발에 참여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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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주로 하시는 일을 말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2002년까지 3단형 과학로켓 KSR-3 개발에 참여하였고, 2002년~2013년 기간에는 소형위성발사체(KSLV-I, 나로호) 개발에 참여하였으며, 2010년~2023년 기간에는 한국형발사체(KSLV-II, 누리호) 개발에 참여하였습니다. 석박사 과정에서 배운 것과 여러 과제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발사체 초기 개발에 필요한 요구조건 설계 업무, 발사체의 비행중 자세를 자동으로 조종하기 위한 제어 알고리듬을 개발하는 업무, 이륙부터 궤도투입까지의 비행운동을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는 업무, 단 분리 및 페어링 분리시의 운동을 모델링해서 안전하게 분리되는지 분석하는 업무, 비행시와 유사한 조건에서 실물 제어장치를 작동시키면서 비행중 문제없을지 살펴보기 위한 실시간모의시험 업무 등의 개발실무를 담당하였고, 발사시에는 비행중인 발사체에서 지상으로 보내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정상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2015년~2022년 기간에는 발사체비행성능팀장을 맡아서 이륙부터 임무종료까지의 비행운동 및 성능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총괄해서 진행하였습니다. 누리호 대비 3배 이상의 성능을 가지는 차세대발사체(KSLV-III) 개발계획을 수립해서 준비하는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발사체 기술 개발의 공로로 2013년에 과학기술훈장(진보장)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3. 선배님께서 생각하시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연구자의 자질이 있을까요?

발사체 기술은 전 세계에서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 극소수의 국가만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기술에 해당합니다. 국방 분야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중 용도 기술로서 국가 간의 기술이전이 철저히 제한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발사체 선진국에서는 이미 개발 완료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연구진 입장에서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처음부터 개발해야만 하였고 이에 오랜 기간 연구에 매진해야 했습니다. 참여 연구원들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끈기가 없었다면 누리호의 독자 개발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우리 발사체를 개발하여 우리 땅에서 우리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국가적 사명감을 가지고 20~30년간 한 마음으로 발사체 연구에 매진해온 연구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발사체는 추진, 구조, 열공력, 전자, 제어 등 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모든 분야 기술들의 종합체이며 대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개발과정에서 분야간 긴밀한 협업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만 정상적인 개발이 가능해집니다. 각자 개발하다가 나중에 조립 및 운용시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고, 서로 옳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각자 맡은바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서로 간에 열린 마음으로 협업하려는 마음가짐과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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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호 3호기 기립후 한재흥 교수님과>   <누리호 3호기 발사 장면>

                                                                                                2023년 5월 23일                       2023년 5월 25일

          

4. 누리호 성공의 주역 중 한분으로써, 누리호 성공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과 도전을 겪으셨나요?

국내 최초 액체로켓 KSR-3 개발을 통해 액체추진제 로켓에 대한 기초 기술을 확보하였고 나로호를 러시아와 공동 개발하면서 체계설계 및 발사운용 기술을 확보하였으며, 이렇게 확보한 핵심 기반 기술들이 바탕이 되어 한국형발사체의 시스템 설계부터 제작, 시험평가, 조립, 발사 운용의 전 주기 기술을 독자 기술로 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75톤 케로신 엔진의 연소시험 도중 폭발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고, 연소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서 12차례 연소기 설계를 변경하고 1년 동안 반복 시험하면서 가까스로 해결하기도 하였습니다. 대형 추진제탱크 용접 불량, 복합재 동체부 본딩 불량 등이 발생하여 제작 공정을 바꾸면서 반복 제작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21년 10월 누리호 1차 발사시, 3단 산화제탱크 내부의 고압헬륨탱크 고정부가 풀려서 3단 엔진 연소가 조기 중단되어 목표궤도 투입에 실패하였는데, 비행가속도가 커지면서 추진제 내의 고압탱크에 작용하는 부력이 증가하여 고정부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비행시험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설계부터 발사운용까지 모든 것을 국내 기술로 개발해 왔기에 2개월 만에 원인분석이 이루어졌고, 이후 구조보강 및 3단 재조립 과정을 거쳐서 1차 발사후 8개월 만에 2차 발사를 시도하여 목표궤도 투입 및 위성분리까지 결국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1톤 이상의 위성 발사 능력을 가진 7번째 국가 대열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입니다.

제가 맡은 비행성능 분야도 설계부터 검증까지 쉽지가 않았습니다. 발사체의 주요 핵심기술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제협력은 기대하기조차 어려웠고 해외 참고 자료로는 NASA에서 공개한 60~70년대 자료들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제한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누리호의 유도제어 알고리듬 개발과 성능평가를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행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파라미터들을 추정해서 설계에 반영해야만 하였고, 비행모델이 나오기까지 각종 데이터를 단계별로 확인하여 설계결과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해 나가야 했습니다. 발사 당일에도 발사체 상단이 목표궤도에 진입해서 위성분리가 완료될 때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지상에서 아무리 많은 검증시험을 수행했더라도 실제 비행조건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비행중 혹시라도 예상 못한 방향으로 날아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저희가 예상한 궤적을 따라 누리호의 비행이 잘 이루어졌고 위성궤도 진입도 정확하게 이루어져서 발사체 비행성능 분야 기술 또한 이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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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호 3호기 비행시퀀스 및 낙하점>

 

5. 학위과정에서 공부한 것 중 현재 어떤 내용들이 업무에 활용되고 있는지요?

학위과정중 습득한 대부분 지식들이 발사체 개발업무에 활용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전공한 제어 분야 외에 엔진, 구조, 열공력, 전자 등 다른 분야의 지식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발사체 전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며, 비행성능을 종합적으로 설계분석하는데 필요한 형태로 분야별 데이터를 모델링하거나 핵심 파라미터를 추출하는 과정에서도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제 전공분야인 비행역학 및 제어 분야와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비행동역학 및 최적화기법 관련 지식의 경우 발사체 모델링, 궤적/자세 최적설계, 파라미터 추정, 시뮬레이션 분석 등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항법과 유도 관련 지식은 발사체용 항법 및 유도 알고리듬 설계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석박사 과정 중 수행한 위탁과제 연구 경험들이 연구소 업무에 활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박사과정 중에 과학로켓(KSR-3) 자세제어 관련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과제를 3년 동안 수행한 적이 있었는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건대, 제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발사체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 그 당시의 위탁연구 참여 경험이 가장 큰 인연이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에서 PILS(Processor In the Loop Simulation) 시험을 수행했던 경험은 연구소에서 발사체 실시간모의시험(HILS, Hardware In the Loop Simulation)용 설비를 구축하고 시험을 진행할 때 활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석박사 과정 전공 수업과 위탁과제를 함께 수행하면서 많이 바쁘고 힘들긴 했지만 발사체 개발 실무에 직접 활용 가능한 부분이 많았고, 그때의 수고가 현재의 피와 살이 되는 시간이었음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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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민제 교수님과 실험실 석사과정 동기들: 1992년 가을>

 

6. KAIST에 계실 때 선배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당시 과목별 과제가 많았고 실험실에서 수행하는 위탁연구도 많았던 터라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실험실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밤에 중요한 연구나 과제를 수행하시는 경우가 많았고 학생들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늦게까지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축구, 농구, 배구, 테니스 등 동기들이나 실험실원들과 땀을 흘리면서 체력과 우의를 다져 나갔고, 실험실 선후배들로 구성한 배구팀으로 과대항 체육대회에서 우승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1993년 실험실 멤버 전원 무주리조트에 스키를 타러 간 적 있었는데, 스키장에 생전 처음 가서 무작정 리프트 타고 올라가서 내려오면서 무수히 넘어지면서 스키를 익혔던 것 같습니다. 탁 교수님은 그때 이미 프로급(?) 실력을 가지고 계셨고, 항상 학생들과 어울리시면서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활력을 불어넣어 주실려고 많이 애쓰셨던 것 같습니다.

1996년 박사 4년차 때에는 교수님과 함께 해외학술대회 참석차 생전 처음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출장을 가기도 했습니다. 현지에서 승용차를 렌터해서 주로 교수님께서 운전해서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었습니다. 나중에 천주교 영세를 받으면서 프란치스코 성인(Saint Francisco)의 이름을 제 세례명으로 가지게 되었는데, 샌프란시스코의 지명이 성인의 이름을 딴 것이어서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교수님으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면서, 힘들지만 행복했던 학창시절을 보낸 것 같아서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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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리조트 스키여행: 1993년>                          <미국 학회 출장: 1996년>

 

7. 연구자로 살아오시면서 혹시 후회되는 일 혹은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1997년 박사학위 받을 당시 IMF 사태가 발생하였고, 항공우주 분야의 모든 기관에서 인력채용을 중단하여 졸업후 바로 취직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저는 결혼해서 아이도 있었던 터라 경제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박사후 과정을 밟으면서 아르바이트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1999년 공채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입사하여 발사체 조직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항공우주 분야가 아닌 자동차, 전자 등 다른 분야로 진출했다면 저와 가족들이 좀 편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항공우주연구원이 아닌 다른 업체나 연구소로 갔다면 어땠을까, 발사체 분야가 아닌 항공이나 위성 분야로 갔다면 어땠을까... 제가 살아온 길에서 마주친 여러 선택의 기로에서 괜히 어려운 길로 온 것은 아닌지 가끔씩 후회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그런 어려운 시기가 있었기에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고, 오랜 기간 발사체 개발에 참여하면서 힘든 고비들을 꿋꿋이 헤쳐나갈 수 있는 내성이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항공우주연구원의 발사체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 나로호와 누리호의 발사를 보며 우리 아이들을 비롯한 온 국민이 환호하고 함께 기뻐해 주시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누리호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영역을 확장하고 국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음에 연구자로서 자부심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더없이 환한 불꽃을 뿜으며 이륙하는 발사체를 바라보며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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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1호기 발사 직후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센터; 2021년 10월 21일>

 

8. 진로를 고민하는 항공과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으신 말씀.

학교에 있는 동안 가급적 많이 배우고 많은 것을 경험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취미활동과 운동도 해보시고 연구도 다양하게 경험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할수록 졸업후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배움과 겸손의 자세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겸손된 자세로 계속 배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발사체 개발과 같은 대형 복합시스템 연구개발 또는 공동연구에 참여하게 된다면 소통을 통한 협업 또한 중요할 것 같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격언처럼 ‘함께’ 가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신다면, 더 멀고 더 높은 곳까지 동료들과 함께 충분히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배 여러분 모두의 건승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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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선병찬 박사[bcsun@kari.re.kr]

편집       황용하[yhhwang993@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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