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터뷰 : 이대영 교수
1. 간단한 교수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항공우주공학과에 새로 부임하게 된 이대영입니다. 저는 포항공과대학교에서 학사 과정을, 서울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친 후 Harvard Microrobotics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올해 10월 1일자로 카이스트 조교수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2. 교수님께선 어떤 연구를 해오셨고, 현재는 어떤 연구를 하고계신가요?
저는 새로운 형태의 로봇 어플리케이션을 고안하고 이를 위한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이를 위해서 남들이 흔히 사용하지 않는 방법들을 많이 시도하였는데요, 그 중 종이접기는 저의 주력 분야 중 하나입니다. 메커니즘 설계와 종이접기가 다소 어색한 조합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우산이나 접이식 가구와 같은 간단한 것에서부터 인공위성의 태양광 패널이나 우주 돛, 안테나와 같은 우주 구조까지 사실 이미 많은 곳에서 활용하고 있는 설계 기술입니다.
접을 수 있다는 것, 모양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상상들을 가능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 로봇의 바퀴 형상이 변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다양한 지형을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요? UAV에 달린 팔이 너무 거추장스러워 보이는데 작게 접어 놓을 수는 없을까요? 이런 가볍고 재미있는 상상에서 시작해서 이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실현하여 보여주는 것이 제가 주로 수행하여 온 연구입니다. 형상이 변하는 바퀴는 작은 종이 모형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1톤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진짜’ 차에 설치할 수 있는 바퀴가 되었습니다. (Youtube: Origami Wheel Project) 접을 수 있는 UAV를 위한 팔 연구 또한 15배 이상 크기를 바꿀 수 있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Youtube: Origami foldable arm)
지금까지 다양한 종이접기 이론이 나왔지만, 현재의 종이접기 설계 기술로는 우리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접을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형상뿐만 아니라, 그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물리적인 특성들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특성을 갖춘다는 것은 단순히 설계적인 고려뿐만 아니라 새로운 재료의 발굴, 가공 조립 방법 개발 등 복합적인 분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설계 제작 기술의 연구 개발을 통해 종이접기가 적용 가능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제가 지금까지 진행하여 온 연구입니다.
이제는 그 무대를 우주로 옮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접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사람에게 우주는 아주 큰 기회의 공간입니다.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을 비롯하여 점점 더 많은 나라가 우주에 진출할 것이고, 거주지 건설, 자원 탐사, 채굴, 식량 생산 등 더욱더 많은 분야에서 로봇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주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우주 발사체인 이상 공간은 항상 부족할 것이고, 따라서 접을 수 있다는 것은 강력한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형상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우주에서의 다양한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유연한 대처를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3. 부임하시기 전에는 어디서 연구 혹은 근무를 하셨고,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여쭙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졸업한 후 같은 대학교 소프트로봇연구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2년 정도 근무를 하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은 앞서 언급한 Origami wheel을 실제 차량에 적용하는 한국타이어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저로서는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는데요, 저의 기존 종이접기 연구들도 내하중 10 kg 정도의 작은 크기에 머물러 있었고, 다른 어떤 연구팀에서도 이정도 스케일에 도전한 전례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설계, 재료, 제작 방법까지 모든 것을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했고, 더 큰 어려움은 애초에 이 목표가 가능한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많은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 목표 달성에 성공했고, 그 결과는 로보틱스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Science Robotics의 2021년 4월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었습니다. 이는 제가 이루어 낸 가장 큰 성취 중 하나이기도 하면서, 종이접기 방법이 더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가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마친 후 Harvard로 옮겨가 연구 활동을 계속하였는데, 이곳에서는 분야를 바꿔Dielectric Elastomer Actuator (DEA)와 같은 인공 근육 기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메커니즘 설계 연구를 하며 항상 느끼던 갈증은 구동기의 제약으로 인해서 움직임을 생각처럼 자유롭게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종이접기 구조를 비롯하여 높은 자유도를 가지는 구조는 형상 변화에 더욱 자유롭고 따라서 더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나, 기존의 전동 모터들로는 이러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습니다. Harvard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가장 유망한 인공근육 후보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DEA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아직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부족하나, 생체 근육 이상의 에너지 밀도, 단순한 구조와 작동 메커니즘, 외부 충격에 강한 유연한 몸체 등의 고유한 장점은 추후 이 기술이 메커니즘 설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4. 앞으로 구성하실 연구실에서는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하실지, 어떤 학생들이 관심있을지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구실의 목표는 우주 미션을 위한 다양한 가변형 로봇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접을 수 있는 달탐사 로버, 우주 쓰레기 수거를 위한 대형 그리퍼, 인공위성을 위한 전개형 우주 쓰레기 보호막, 스스로 조립되는 우주 거주지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주제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양한 우주 미션들을 같이 상상해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직접 구현해 보는 것이 이 연구실에서의 주 연구 활동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한 기반 지식으로 다양한 종이접기 이론을 비롯하여 전통적인 메커니즘 설계 방법에서부터 생체모사 로봇이나 소프트 로보틱스와 같은 최신 기술까지 다양한 메커니즘 설계 방법에 대해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3D 프린팅, 레이저 가공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제조 방법에 대해서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우주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재나 외부 자극에 스스로 움직이는 능동 소재 등 다양한 특수 소재에 대한 지식도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저의 연구 분야는 발명가가 하는 일과도 닮아 있습니다. 제가 만들고자 하는 궁극적인 연구실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고 무엇이든 만들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함께 즐겁게 연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선배로서 대학원생과 학부생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스스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우리는 항상 너무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학업이든, 일이든, 연애를 하든, 친구와 술을 마시든, 혼자서 게임을 하든 항상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대부분 이미 잘 정리되어 있고 검증되어 있는 누군가가 만들어준 바람직한 인간상을 따라 살게 되고, 나에 대한 좀 더 솔직한 질문들을 할 기회는 좀처럼 가지기 힘든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같은 질문들이요.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은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크든 작든 굴곡 없는 삶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을 것이고요. 그런 힘든 시간이 왔을 때 스스로를 위해 질문했던 시간들은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원고 이대영[ae_dylee@kaist.ac.kr]
편집 이재호[barbossa0412@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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