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터뷰 : 전은지 교수
1. 간단한 교수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에 새로 부임하게 된 전은지입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 대학교에서 희박 대기에서의 열/유체 해석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독일, 영국, 하와이 등 여러 국가에서 연구를 지속해오다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카이스트로 오게 됐습니다.
2. 교수님께선 어떤 연구를 해오셨고, 현재는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저는 크게 보면 열/유체, 그 중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우주에서는 일반적인) 희박 밀도 상태의 다양한 현상을 해석적 방법으로 연구합니다. 보통의 유동 해석이 Navier-Stokes 방정식을 푸는 문제이지만, 희박 밀도 상태에서는 파티클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계산하기 위해 Boltzmann 방정식을 사용하게 됩니다.
지구처럼 대기가 풍부하거나, 달처럼 대기가 거의 없는 상태가 아닌 희박한 대기가 있는 행성 탐사 미션을 수행할 경우, 극초음속으로 움직이던 우주선은 마치 벽에 부딪히는 듯한 갑작스러운 밀도변화를 겪습니다. 과거 미국에서 수행된 행성 탐사선 미션은 수많은 실패를 통해 경험적으로 배우거나, 매우 큰 마진(300% 이상)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그 열과 충격을 극복하였습니다.
제가 하는 연구는 이러한 예시와 같이 희박한 밀도, 급격한 밀도 변화, 극초음속 등 극한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열/유체 현상을 해석함으로써 행성 탐사선 등의 효율적인 설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우주 공간에서의 전기추력기 설계나, 약간의 대기가 있는 궤도에서의 추력 제어 등의 문제 또한 같은 해결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3. 부임하시기 전에는 어디서 연구 혹은 근무를 하셨고,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미국 미시건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후, 독일의 DLR(독일 항공우주 센터)과 영국의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포닥 생활을 하였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카이스트에 부임하기 전에는 잠시 하와이 주립대학 교수로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외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같은 연구를 연속적으로 이어왔습니다.
연구하는 분야가 우주 환경에 국한된 연구다 보니, 연구 커뮤니티 자체가 매우 작습니다. 전세계에서 이 분야의 연구자가 전부 모여도 100여명인 정도입니다. 그러다보니 대륙 별 대표 연구그룹이 하나씩 있고, 미국과 유럽의 가장 큰 연구그룹인 미시건 대학교와 에든버러 대학교에서의 연구를 경험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 분야에서 거의 불모지에 다름이 없어, 이제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이는 한국의 우주개발이 지금까지 위성 기술 위주로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사체 개발, 달, 행성, 우주 탐사를 계획한다면, 지금부터 준비작업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연구와 기술이 필요한 우주기술에서 한 곳이라도 인력 공백이 발생한다면 해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를 할 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작은 분야여도 매우 중요한 분야일 수 있습니다.
4. 교수님께서 앞으로 구성하실 연구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비평형 기체 플라즈마 연구실(KAIST Non-equilibrium Gas and Plasma Dynamics Lab, KNGPD Lab)에서는 극한 환경에서의 열/유체 문제들을 해석적으로 해결합니다. 적용하고자 하는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우주 탐사선과 관련된 내용은 앞서 설명한바와 같이 행성 탐사 미션 등에서 발생하는 극한 환경에서의 열과 압력에 의한 충격을 해석함으로써 효율적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연구입니다.
둘째는 전기추력기 개발입니다. 미세입자를 가속시켜 분출하는 방법으로 추력을 얻는 전기추력기는 비추력이 작아 긴 시간동안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위성의 자세제어나 심우주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됩니다. 이때 진공으로 미세입자를 분출하면서 발생하는 플룸에 대한 해석을 통해, backflow나 입자가 먼지처럼 쌓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전기추력기가 이미 상용화됐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자력기술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발을 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은 지구 궤도에서의 미세한 추력 제어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주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으며, 그 중 하나는 궤도상의 우주쓰레기에 다가가서 직접 수거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수거를 위해서는 매우 미세한 추력 제어가 필요하며, 희박한 대기가 존재하는 궤도인 경우에는 해당 변수 또한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 역시 같은 접근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수학과 물리, 수치해석과 코딩에 관심이 많거나, 관련된 공부를 열심히 해온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시면 전부 가르쳐드립니다 :)
5. 선배로서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학부생들은 많고 다양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해보기를 바랍니다.
박사과정 초년차 때 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지도교수님이 나를 부르셔서 이 공부를 계속 하고싶은지 생각해보라며, 세상에는 이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도 많고, 알다시피 연구는 (특히 이 분야는) 정말 가성비가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계속 하고싶다는 확신이 들면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잘리는 줄 알았던 그 일주일동안, 이 연구를 정말 하고싶은지 진정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내가 정말 이걸 좋아하는지, 인생을 바칠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됐습니다. 끝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입니다.
이렇듯 세상의 많은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학교와 연구가 절대 전부가 아님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대학원생들에게는 우선 건강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실험하고 코딩하고 방 안에 박혀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업이지만,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하려는 사람들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고, 매순간 벽에 막힌 듯 답답하며 길을 잃은 듯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럴때 나를 잡아줄 수 있는 것은 교수님도 친구도 아닌 나 자신입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며,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하려는 것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이재호[barbossa0412@kaist.ac.kr]
편집 이재호[barbossa0412@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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