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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 NEWSLETTER

NEWSLETTER (16'~)

<발단>

 

  대학원 입시설명회를 끝내고 잠시 쉬려던 찰나, 메신저로 연락이 들어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부 시절 학생회를 하면서 친분을 쌓아온 형의 연락이었기에 별생각 없이 확인했고, 확인한 뒤엔 없어져 버린 숫자를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화면 대부분을 채운 장문의 문장과 함께, 부탁해온 것은 이번 항공우주공학과 소식지에 실릴 교환학생 수기를 작성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입시설명회도 끝나고 이제 다시 개인 연구로 복귀해야겠다는 이유를 들며 거절하려 했지만, 수차례의 설득으로 이렇게 펜을 고쳐잡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이전에 책에 게재된 예시들을 확인하던 중, 2016년 여름호에 실린 학부 재학시절 NUS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며 기쁜 마음으로 써드렸던 저의 수기를 확인하며 이번엔 이 글보다는 잘 써보자는 개인적인 목표를 세우며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석사생이 해외 파견?>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학사과정, 주로 고년 차 학생들이 다녀오던 해외 체류기를 석사과정 학생이 썼다는 것에 먼저 주목하셨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정리하자면, 저는 일본 동경 공업대학교(Tokyo Tech)에 석사 2학기 겨울방학 8주간 파견을 다녀왔으며 Campus Asia Program과 제 지도교수님이신 김천곤 교수님의 지지를 바탕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Campus Asia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해드리자면 대한민국의 KAIST, 일본의 동경공업대학, 그리고 중국의 칭화대학교 즉, 동북아 삼국의 과학기술 중점 대학 간의 교류프로그램으로 학부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활동을 진행하는 사업단입니다. 주로 카이스트 포탈을 통해서 모집되는데, 제가 연구하는 분야가 가지는 특수성으로 인해 항공기 구조 분야 외적으로 배터리 분야의 통합적인 연구가 필요했고 연구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찰나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지도교수님과의 상담을 통해서 리튬이온전지 기초연구 분야의 강국인 일본 그중에서도 양극활물질에 관해 연구하는 타니구치 교수님의 연구실로 파견을 갔다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본 생활>

 

  이전의 학부 교환학생과 가장 달랐던 점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구실에 출퇴근하면서 공부 및 연구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연구실에서 정한 시간(10-7)에는 반드시 학교 내의 자리나 랩에서 실험을 진행하며 있어야 했고, 실험 랩이니만큼 장비에 대한 규칙과 안전, 화학품의 취급에 대해서도 깐깐할 정도의 교육 이후에 저와 함께 실험을 진행한 사수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나라마다 문화가 달라서, 식사를 대부분 도시락을 만들어오거나 포장해와서 연구실에서 해결했고, 영어를 잘 쓰는 친구들이 적어 빠르게 연구실원들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유학 온 사수를 필두로 주변의 친구들부터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나중에는 일본어를 조금씩 배워서 사용하면서, 끝나는 날에는 ‘표군’ 소리를 들으면서 기분 좋은 만남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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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연구실 송별회

 

  숙소는 프로그램에서 지원을 해주었고, 학교 기숙사가 아닌 지하철로 몇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는 모토스미요시 역의 셰어하우스에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작고, 일본 특유의 다다미 벽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방음이 정말 매우 열악한 숙소였지만, 살인적인 일본의 방값을 안 내도 된다는 점만으로도(전기세, 관리비 별도) 감사했으며, 저녁 시간이면 같은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해외에서 근처의 일본 자동차 공장으로 인턴을 온 독일의 엔지니어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친구를 사귈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 여행>

 

  평일에는 일과시간 대부분을 연구실에서 보냈기에 저녁에 맥주를 가끔 마시는 경우를 제외하면 마치 회사원처럼 집-연구실 지하철로 왕복하며 쳇바퀴 도는 일과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주말에는 연구실 출입이 금지되어있는 연구실 내규에 따라 실험이 all-stop 되었고, 이때 생기는 시간을 방에서 보내기보다는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여서 지하철을 타고 도쿄 근교 탐방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철도 민영화가 이루어져 있었기에 지하철을 탈 때마다 어마한 돈을 요구했기에 한국의 통합 환승 시스템을 그리워하기도 했지만, 일본 특유의 식도락과 맛집들은 그런 고민을 묻어두기에, 충분했고, 앨범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며 부지런히 신주쿠, 시부야, 우에노, 도쿄 타워 등등 매주 하나 이상의 경험을 채워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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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같은 시기에 파견 간 Campus Asia 동기들과

 

  Campus Asia 프로그램으로 같이 간 4명의 KAIST 생들과는 자주 붙어 다니면서 맛집과 저녁 술 동무가 되었고, 억 소리가 나오는 가격이긴 했지만, 영봉이라 불리는 후지산을 볼 수 있었던 신칸센 경험, 오사카-교토에서 짧은 여행, 일본식 선술집에서 만난 취객들과의 역사대담 등 글을 쓰면서도 8주간의 기간 동안 연구와 병행하며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끝내며>

 

  언젠가 봤던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 편」의 시작은 ‘가장 가깝지만, 또한 가장 먼’ 나라로 일본을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8주, 짧은 기간이지만 일본의 수도 도쿄에 살면서 느꼈던 것은 당연하게도 두 나라는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식문화가 비슷해 보여도 일본의 맛, 한국의 맛은 구별되는 것이었고, 개인의 울타리와 사람이 사귀는 과정도 분명히 달랐습니다. 하지만 우리 세대 중 도라에몽, 원피스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일본 길거리에서 빅뱅 노래를 듣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며 한국발 치즈 핫도그가 신년 포장마차를 장악하듯 두 나라는 이어져 있고, 그 교류가 이번 프로그램처럼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왔다는 것은 분명할 것 같습니다. Campus Asia 프로그램을 통해서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신 관계자분들과 허락해주신 저희 지도교수님이신 김천곤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수기를 끝맺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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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도쿄의 전경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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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표재찬[wocks123@kaist.ac.kr]

편집         박진우[jinpark57@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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