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학교: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파견기간: 2019/09/01 – 2020/02/29
1. 파견 계기 및 배경
미국의 많은 명문대들 중 하나인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이하 UT Austin)은 텍사스 중심 도시인 오스틴에 위치한 큰 규모의 대학으로, 항공 우주 분야에서도 미국에서 두 손안에 꼽히는 명문 대학입니다. 저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글로벌 핵심 인재 양성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6개월간 파견 연구를 갔다 오게 되었으며, 현재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우주 상황 인식 분야의 개척자인 Dr. Moriba Jah의 지도하에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Dr. Jah의 연구실에는 Celestrak, LeoLabs 같은 실제 우주 물체에 대한 측정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관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AstriaGraph라는 우주 물체 시각화 툴과 궤도 결정 툴인 Orbdetpy를 개발하였는데, 모두 오픈소스이며 Dr. Jah의 큰 그림은 이러한 정보를 좀 더 투명하게 함으로써 미래의 우주 상황 인식 연구의 접근성을 높이고 더 활발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2. 오스틴 생활: 날씨, 놀거리, 이벤트
텍사스라고 하면 황야에 카우보이들이 다니는 장면을 떠올렸었는데 왜 텍사스 사람들이 자신들을 “Texan”이라고 칭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지 알 것 같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종종 뿌옇던 한국과 대조되며 특히 주말마다 유난히 날씨가 좋습니다 (주말만 기후 조작을 한다는 말이 돌 정도였습니다). 오스틴은 8월 말부터 거의 10월 중순까진 낮 35~40도의 육박하는 무더위가 지속되지만 습하지 않아서 생각보다 견딜 만합니다. 그 후에는 다른 지역들에서 추위로 떨고 있을 때 오스틴 사람들은 여전히 반팔을 입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주말엔 다들 밖으로 나가 여유를 즐기는데 이들의 여가 생활은 오스틴의 매년 인구 유입률 5% 상승의 이유를 설명합니다. 오스틴 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큰 강이 있는데, 날씨가 좋은 날이면 카약, 카누, 또는 패들 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벤트가 많이 열리는 Zilker Park 근처 보트 렌탈 업체에서 1시간에 보트당 18불에 빌릴 수 있으며, 2~3명이서 탈 수 있는 카약/카누 보트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서서 타는 패들 보트가 가장 재미있었는데, 처음 서서 균형을 잡을 때 휴머노이드 로봇이 중심 제어를 잡을 때처럼 양다리가 덜덜 떠는 것을 느껴서 참 신기하면서도 이런 걸 떠올리는 제 자신이 ‘역시 공대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 1. Zilker Park (근처 강에서 햇빛을 받으면서 패들 보트를 타면 그렇게 주말이 평화로울 수 없다.)
보트를 타고 힘을 좀 뺐다면 좀 더 밑으로 내려가서 Mozart’s Coffee Roasters라는 카페에 가서 또 다른 여유를 즐기러 갑니다. 강 바로 앞에 있는 실외 테이블에 콜드브루와 브라우니&아이스크림을 시켜 수영하고 있는 오리들을 보고 있으면 힐링이 따로 없습니다. 잠시 여유를 즐긴 후 뭔가 아쉽다면 더 남쪽으로 내려가 실내 사격장인 The Range에서 실탄 사격을 하러 가기도 합니다. 권총부터 라이플까지 매우 다양한 총기를 빌려 사용할 수 있고 처음 쏘는 손님에겐 친절히 (안전을 위해) 설명해 줍니다. 9mm 권총의 경우 100발에 60불이었으며 이외 총기 대여와 과녁 종이 등 추가 비용을 생각하면 100불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친구 3~4명이서 나눠서 쐈었습니다. 개인 총기를 들고 와서 쏘는 분들도 있었고 그 중 중학생쯤 되는 아이도 있어서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잘 쏩니다).
그림 2. Mozart's Coffee Roasters (강 앞에서 콜드브루와 브라우니&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
그림 3. The Range에서 실탄 사격 (대부분 미필인 카이스트 대학원생들에겐 신선한 경험(?)일 것 같다.)
오스틴에서는 매년 Austin City Limits (ACL)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오스틴 행사들 중 한 손안에 손꼽히는 축제입니다. 비록 옛날 락밴드나 다소 생소한 팝들이 많이 들리지만, 수만 명이 수용되는 넓은 공원에서 원하는 부스에 가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선선한 가을 날씨에 평소 스트레스를 풀기에 충분합니다. 작년에는 빌리 아일리시도 왔었지만 당일 표는 순식간에 매진되어서 저는 다른 날에 갔었습니다 (총 2주 동안 금/토에 열리며 날마다 공연하는 뮤지션들이 다릅니다). 가격은 인당 100불 정도로 좀 비싸지만 교수님들도 ACL 가는지 미팅 때 물어보시기도 할 정도로 큰 행사입니다.
그림 4. ACL 뮤직 페스티벌 (원하는 부스에 가서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3. 한인 학생회, 항공과, 스쿼시 동아리
UT Austin에는 학부에 비해 대학원 한인 학생회가 좀 더 체계적으로 잘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첫 학기의 시작인 8월 말에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는데, 랜덤으로 테이블에 앉아서 신입생은 물론 재학생들과도 만나 학생회가 주최하는 스파게티 면으로 탑 쌓기 같은 미니게임을 하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회가 여러 한인 식당 및 기업들과 스폰이 많아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부터 티비까지 경품도 푸짐하고 식사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정말 알찼습니다. 정규 학생이 아닌 파견 학생으로서 사람들을 만나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었는데 덕분에 이후에 이야깃거리도 생겨서 많은 한인 학생분들과 친해질 수 있던 것 같습니다. 매년 3월 중순에는 한인 봄 운동회를 열기도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취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림 5. UT Austin 대학원 신입생 환영회 스파게티 면으로 탑 쌓기 (우리 테이블엔 건축학과가 없었다고 한다.)
항공과 모임도 가끔 갖곤 했는데 다들 qualification 시험 (줄여서 다들 “퀄”이라고 부릅니다) 때문에 공부와 연구를 병행해야 해서 다 같이 모이는 시간이 많진 않았습니다. 대부분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로 오시거나 석박통합으로 오셨고 삼성전자에서 1년 파견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박사과정 분들이 졸업을 하시면 졸업자가 점심을 사주시고 나머지 분들이 돈을 모아 텍사스 기념품을 사는 소소한 전통이 있었는데 다들 뻔히 알면서도 박사를 마친 보상으로 받는 기분으로 기뻐하셨습니다.
여러 한인 스포츠 동아리도 있었는데 그중 저는 우연히 스쿼시 동아리를 접하게 되어 어느 순간 라켓을 주문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배울 수 있고 남녀 모두 금방 강화학습을 통해 실력이 느는 스포츠여서 다양한 분들을 접하게 되었고 이후에도 밖에서 사람들을 사귀면 꼭 스쿼시 동아리에 데려오곤 했습니다. 이 동아리에서는 졸업하시는 분들이 100점을 낼 때까지 코트에 가두는(?) 재미있는 전통이 있는데, 저도 귀국하는 주에 갇혀서 100점을 치고 다 같이 바베큐 식당에서 맛있게 먹고 작별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갔었던 식당은 County Line으로 beef rib이 시그니처이며 크기가 정말 크고 뜯는 맛이 대단했습니다. 식당 앞에는 강이 흐르고 있고 백조 두 마리가 수영하고 있어서 날씨 좋은 날에 가니 패들 보트와는 또 다른 힐링이었습니다.
그림 6. 스쿼시 100점 내기 후 바베큐 식당인 Country Line에서 찍은 단체사진 (실제 인원은 여기서 약 두 배 정도 된다.)
4. 방문 여행지: 샌안토니오, 휴스턴
미국의 가을은 주요 방학으로 추수감사절과 약 한 달 정도의 짧은 겨울 방학이 있는데, 미국인들이 다들 각자 집으로 돌아갈 때 국제학생들은 뉴욕, 엘에이 같은 큰 도시나 텍사스 안에 있는 다른 도시로 짧게 여행하곤 합니다. 텍사스의 중심부에 있는 오스틴을 기준으로 북쪽엔 달라스, 남서쪽엔 샌안토니오, 그리고 동남쪽엔 휴스턴이 있는데 그중 저는 샌안토니오와 휴스턴을 방문했었습니다.
샌안토니오는 어쩌다 보니 총 세 번을 각각 다른 멤버들과 가게 되었는데 모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추수감사절 방학 때 샌안토니오 도시 중심부에 에어비앤비를 잡고 먼저 방문한 곳은 Riverwalk로, 도시 사이에 작게 흐르는 강이 있는데 여기서 관광 보트를 탈 수 있습니다. 보트에선 도시 곳곳을 유럽처럼 강을 통해 투어를 해주며, 밤에 타면 강 주변 식당들의 불빛 덕에 야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낮에는 Natural Bridge Cavern에 가서 지하 70미터가 넘는 동굴 투어도 했는데 습도 99%의 환경에 맨 지하에서는 빛이 일절 차단되는 “complete darkness”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샌안토니오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 미국 놀이동산으로 유명한 Six Flag가 있는데 Wonder Woman이라는 90도로 꺾여 내려가는 롤러코스터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림 7. 샌안토니오 다운타운의 Riverwalk 보트 투어
그림 8. Natural Bridge Cavern 동굴 맨 지하
그림 9. Six Flag에서 가장 스릴 있는 Wonder Woman (같이 타기로 해놓고 출발 직전 내려버린 친구에게 몹시 화가 난 표정)
연말에 2박 3일로 휴스턴도 혼자 여행을 갔었는데 크게 두 곳이 인상 깊었습니다. 먼저 갔던 곳은 Taste of Texas라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으로 지점이 전 세계 단 하나만 있으며 예약도 따로 받지 않는 만큼 매우 유명한 곳으로 일반 저녁시간에 가면 최소 1시간 정도 줄을 선다고 합니다. 저는 아침 점심을 굶고 3시쯤 사람이 많이 없을 때 방문하여 줄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피자 레스토랑처럼 셀프 샐러드 바가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스테이크는 트러플 버터를 얹은 등심을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림 10. Taste of Texas의 트러플 버터를 얹은 등심
그 후 휴스턴의 나사 센터를 방문했는데 버스로 가려다 1시간 반이나 걸리고 버스가 거의 1시간에 한 대 정도 다녀서 저는 30불 정도 주고 우버를 타고 방문했습니다 (돌아올 땐 너무 비싸서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1시간 Tram (전차) 투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나사 센터 내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마치 항공우주연구원을 방문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다만 tram을 타고 이동하는 게 달랐습니다. 가장 신기했던 건 우주 정거장 시뮬레이션을 위해 설치된 실제 사이즈의 정거장이었으며, 이곳 또한 성조기가 크게 달려있는 게 항우연의 인공위성을 제조하는 곳과 유사하였습니다. 투어 마지막엔 Saturn V와 스페이스 셔틀의 실제 크기 모델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투어가 끝난 후엔 기념품 샵에서 나사 후드티와 스티커를 구매했는데 후드티가 일반 미트볼 로고와는 다른 옛날 로고여서 그런지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림 11. 휴스턴 나사 센터 (우주정거장 시뮬레이션을 위한 실험실)
그림 12. Saturn V 실제 크기 모델
그림 13. NASA 기념품 샵에서 산 나사 후드티 (슈프림 로고와 비슷한 디자인이 깔끔하고 이뻐서 지갑을 열게 한다.)
5. 마치며
텍사스에서 얻은 모든 경험들은 모두 과제 진행에 도움을 주신 학과 교수님들과 학생분들 덕분에 얻을 수 있었습니다. 흔치 않은 소중한 경험이고 파견 중에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여기저기 다니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걸 많이 보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해외기고문이 추후 UT Austin로 파견 또는 교환 학기를 보내시게 될 분들에게 더 재미있는 경험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원문 김성준[sungjunkim@kaist.ac.kr]
편집 박진우[jinpark57@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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